📚 시리즈: 직장인의 주식 스크리너 개발기
안녕하세요, 육성라이프입니다 😊
2편에서 가격·거래량의 ‘모양’만 보는 전략은 10년 백테스트에서 무작위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같은 모양이라도 누가 샀느냐에 따라 의미가 정반대일 수 있는데, 모양만으로는 그걸 알 수 없었죠.
그래서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것이었습니다. “기관·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을 따라 사면 오를까?” 증권 앱마다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이 걸려 있고, 많은 개인투자자가 이 목록을 참고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거래량 사건에 기관·외국인 수급을 더해 10년치 데이터로 검증한 결과를 정리합니다.
① 기관 순매수 단독으로는 무작위 종목보다 낫다는 근거가 없었습니다. ② 기관 매수 + 호재 공시(수주·자사주·실적) 조합에서 희석성 자금조달 종목을 빼면, 무작위보다 약 0.3~0.5%p 나은 작지만 꾸준한 차이가 나왔습니다. ③ 그래도 ‘추천’ 기준에는 못 미쳐 ‘관찰’ 등급으로만 씁니다.
1. 질문을 좁혔다 — ‘거래량 사건’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번에는 “오를 종목을 맞힌다”는 넓은 질문 대신 질문을 좁혔습니다. 거래량이 평소의 3배 이상 터진 날을 ‘사건’으로 모두 모으고, 사건마다 그날까지의 정보로만 유형을 나눴습니다.
| 분류 축 | 유형 | 기준 |
|---|---|---|
| 가격 반응 | 급락 / 흡수(정체) / 상승 / 급등 | −3% 이하 / ±3% / +3~10% / +10% 초과 |
| 위치 | 바닥권 / 중간 / 고점권 | 최근 120거래일 가격 범위 안에서의 위치 |
| 기관 수급 | 순매수 / 중립 / 순매도 | 사건일 포함 5일 순매수 금액 ÷ 5일 평균 거래대금이 ±2%를 넘는지 |
그리고 사건 이후 5·10·20거래일 동안 같은 날 시장 평균보다 얼마나 더 올랐는지(초과수익), 승률, 거래량이 이어졌는지, 하루하루의 평균 경로를 유형별로 집계했습니다. 상승장 덕을 빼고 보려고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사진: Thomas J. O’Halloran (미국 의회도서관)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2. ‘기관’은 한 덩어리가 아니다
수급 데이터를 다루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관’은 성격이 전혀 다른 투자자들의 합계라는 점입니다.
- 연기금: 국민연금 같은 장기 자금. 보유 기간이 깁니다.
- 투신(자산운용사): 펀드 자금. 펀드에 돈이 들어오면 실적과 관계없이 사야 할 때도 있습니다.
- 금융투자(증권사 자기매매): 단기 매매와 차익거래 비중이 큽니다.
- 외국인: 국내 기관과는 별도로 집계됩니다.
그래서 기관합계, 연기금, 투신, 외국인 네 가지를 따로 받아 누가 샀을 때 실제로 예측력이 있었는지를 비교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데이터는 pykrx로 하루 한 번 호출하면 전 종목의 투자자별 순매수 금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별 수치는 장 마감 후 확정되므로 저녁 6시 이후 실행하도록 했습니다.

사진: Kimahrikku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3. 결과 ① 기관 순매수 단독은 무작위와 같았다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 거래량 사건에 기관 순매수가 붙은 유형이 앞 기간에서 좋아 보여도, 뒤 기간에서는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 나중에 실적·공시 신호와 합쳐 다시 시험했을 때도 ‘기관 순매수 동반’ 여부에 따른 차이는 t값 0.08, −0.41 수준으로, 통계적으로 의미 없다고 봐야 했습니다.
원인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됩니다. 기관은 펀드 자금 유입, 리밸런싱, 지수 추종 때문에도 삽니다. “좋은 회사라서” 산 게 아닌 매수가 섞여 있으니, 순매수 숫자만으로는 신호가 흐려집니다. 게다가 기관 순매수 정보는 장 마감 후 누구에게나 공개되니, 의미가 있었다면 이미 가격에 반영됐을 겁니다.
4. 결과 ② 기관 매수 + 호재 공시에서 보인 작은 차이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정보를 하나 더 붙였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공시입니다. 기관이 사는 종목 중에서도 회사가 직접 밝힌 호재가 있는 종목만 남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 구분 | 포함한 공시 | 처리 |
|---|---|---|
| 호재 공시 | 단일판매·공급계약(수주), 자기주식 취득, 실적 관련 공시 | 가산 |
| 희석성 자금조달 |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등 | 해당 종목 제외 |
결과는 이랬습니다.
- 기관 매수 + 호재 공시, 희석성 자금조달 종목 제외 조합은 무작위로 고른 종목보다 약 0.3~0.5%p 높은 성과를 냈습니다.
- 놀라운 점은 크기가 아니라 시험한 모든 연도에서 같은 방향이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시험한 신호 중 처음으로 꾸준함이 보였습니다.
- 하지만 이 정도 차이는 거래비용과 세금, 진입 타이밍에 따라 쉽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사진: AlphaTradeZone · Pexels (Pexels 라이선스)
5. 그래서 ‘추천’이 아니라 ‘관찰’
프로그램에는 처음부터 이런 원칙을 넣었습니다. 백테스트에서 무작위보다 확실히 낫고(통계적으로 튼튼하고), 비용을 뺀 실제 수익도 플러스일 때만 ‘추천’을 출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찰’로만 표시한다.
기관 + 호재 공시 조합은 꾸준했지만 이 기준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스크리너는 이 조합을 ‘관찰’ 등급으로만 보여 줍니다. 숫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준을 낮추면, 2편에서 말한 과최적화로 돌아가게 되니까요.

사진: Rômulo Queiroz · Pexels (Pexels 라이선스)
정리 — 기관 순매수 종목, 따라 사도 될까?
- 기관은 연기금·투신·증권사 등 매매 이유가 다른 주체의 합계입니다. 합계 숫자만 보면 신호가 흐려집니다.
- 10년 검증에서 기관 순매수 단독은 무작위 종목 선택보다 낫다는 근거가 없었습니다.
- 기관 매수 + 호재 공시 − 희석성 자금조달 조합만 약 0.3~0.5%p의 작고 꾸준한 우위를 보였습니다.
- 추천 기준에는 미달이라 ‘관찰’ 등급으로만 사용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외국인 순매수는 어땠나요?
기관합계·연기금·투신과 함께 같은 방식으로 비교했지만, 수급 정보 하나만으로 ‘추천’ 기준을 넘는 결과는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급은 순위를 매기는 기준에서 빼고 참고 정보로만 남겼습니다.
Q. 기관 순매수 상위 종목 목록은 무시해도 되나요?
참고 정보로는 쓸 수 있지만, 그것만 보고 사는 건 제 데이터에서는 근거가 없었습니다. ‘왜 샀는지’를 공시나 실적으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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